네이버 스타에디터 규리네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것인지, 공포를 느끼게 하려면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공포의 주 요소는 바로 ‘불안’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불안을 회피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감정인데, 사소해 보이는 요소라도 간과했다간 생존에 위협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만약 뱀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 활활 타오르는 불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즉, 불안은 생존에 꼭 필요한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선,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그와 같은 상황을 만든다.

고립

공포게임 더하우스
기네스북에 오른 적있는 공포 플래시 게임 더하우스. 아무도 없는 폐가에서 비밀들을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우수한 신체적 특징없는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결과다. 서로 뭉쳐야만, 뭉치면 뭉칠수록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반대로 혼자일 때는 나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화나 게임, 기타 여러 공포물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떤 수를 써서든 혼자가 된다. 집, 혹은 학교에 갇히거나, 설령 마을에 있어도 주위에는 온통 괴물들 뿐이라 실질적으로는 혼자가 되는 상황이 된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혼자라는 사실, 고립은 불안을 가져오는 첫번째 요소다.

예측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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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주온,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온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생존에 위협이 된다. 만약 날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다면, 그때에도 공포물이 무섭게 느껴지겠는가?

우리가 공포물들을 보면서 느끼는 불안의 시작은 위협하는 해당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다.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둠을 무서워한다. 내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쑥불쑥 툭툭 튀어나오는 공포효과들에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다음 장면에서 뭐가 나오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놀라움은 크게 반감될 것이다.

대처방법이 없음

공포물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날 위협하는 대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드러나더라도 여전히 그것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떠한 짓을 해도 그 대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리적ㆍ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고, 상식에서 벗어난 상황에 있기 때문에 대상에 대처하기는 커녕 이를 위한 기본 이해조차 불가능하다. 이처럼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 없고 어떠한 대비책도 없다는 사실은 무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게되면 불안은 더욱 가중된다.

조금 전에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불안을 일으킨다고 했지만, 이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 수 없기에 불안한 것이다. 뭘 해도 대처가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때는 미래 상황이 예측 가능한 점이 오히려 공포를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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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게임 ‘화이트데이’에 한 장면이다. 적을 죽일 수 없고 도망치는 것만 가능하게 설계되어있다. 만약 그와 맞짱 뜰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더라면, 게임 속에서 그가 그토록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도망치는 것 말고는 효과적인 대처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릴 때에 그의 존재가 예측 가능해도 공포가 급상승하게 된다.

참고로 인간에게 호기심이란 본능과 어떠한 현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건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비롯해 여러 학문의 최종 목적도 여기에 있다.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대비하여 궁극적으로는 생존에 기여하는 것이다.

각종 점성술에 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라 하더래도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에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며, 이것이 마음 속 불안을 잠재워주기 때문에 우리는 각종 미신들을 찾게 된다.

어쨌거나, 공포물 속 주인공이 이러한 공포상황에 처한다하더라도 그것이 공포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아니다. 공포게임을 하더라도 그것이 가상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포물 속에서 공포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몰입감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몰입감은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거울뉴런을 얼마나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지만 마치 내가 직접 겪는 것처럼 느끼는 뇌신경활동이다. 만약 세상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이겠는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고 인간만의 역사문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간접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간접경험은 바로 거울뉴런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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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표한 세군데에 거울뉴런이 분포해있다.

거울뉴런은 3군데에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거울뉴런이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공감능력과 몰입감도 강해지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며 공포감이 더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주변에서 누구라도 흔히 겪을 법한 일, 실제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수록 우리는 더욱 흥미를 느낀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몰입감은 오로지 작가의 묘사와 필력에 달려있다. 그보다 나은 영화에서는 소리와 시각적 효과가 더해지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대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거울뉴런을 활성화시켜 가상의 상황임에도 본인이 직접 겪는 것과 같은 생동감과 몰입감을 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시각과 청각 중 어떤 것이 더 공포반응을 유발하는가? 바로 청각이다. 이는 우리 뇌가 상황을 인지할 때 약 80% 정도는 시각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청각정보는 시각정보보다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저 위에서도 말했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대상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공포감이 더해지는데, 예를들어 근처에서 정체모를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그것이 뭔지 보이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서움을 느낄 것이다.

소리와 관련된 공포 첫번째 

날카로운 비명소리는 30~150Hz 진동수로 더 멀리 더 빠르게 전달되어 다른 소리보다 귀에 더 잘 들린다. 아울러 위급 상황 중에 ‘단순히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지르는 것보다 비명을 지르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데, 실제 실험결과에 따르면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청각피질만 반응한 반면, 비명을 들었을 때 청각피질과 함께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 부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소리와 관련된 공포 두번째

소리 중에서도 특히 초저주파가 본능적으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초저주파는 진동수가 20hz미만인 소리로,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 불가청음이다. (참고로 인간은 20hz~20,000hz 사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2만hz이상의 소리를 초음파라고 한다.) 우리가 호랑이의 낮은 그르렁대는 소리에서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는 것은 그 속에 섞여있는 초저주파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화산, 토네이도, 태풍,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발생 직전에도 초저주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목격담에서 종종 접하는, 자연재해 발생 직전 느끼는 기묘한 고요함 같은 감각은 이것으로 설명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생존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초저주파는 곧 닥칠 위험을 의미하므로, 본능적으로 공포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영국에서 이뤄진 한 실험에선, 17hz의 초저주파를 750명에게 들려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교회나 성당에서 신도들이 경외심과 경건함을 느끼는 이유가 파이프 오르간이 내는 초저주파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리있는 것은 이와 같은 연유라 하겠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실험결과대로라면 심령현상이 목격되는 많은 장소도 초저주파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각과 관련된 공포 

한편 시각적으로는, 색깔과 관련하여, 검은색과 붉은색이 공포반응을 보다 쉽게 유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검은색은 어둠을 상징한다. 즉, ‘알 수 없는’ 그리하여 ‘예측 불가능’과 ‘대처 불가능’을 알리는 색이며, 붉은색은 자연에서 보았을 때 ‘피’를 연상시키는 색으로, 위험을 알리며 그에 따라 흥분을 유발시키는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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