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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디스이즈게임 기자

 

언젠가 크게 성공하면,
내가 대표가 돼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야지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마음 속에 이런 꿈을 안고 일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만난 대표, 이사, 스타급 PD 중 이 꿈을 실현한 이들은 거의 없다. 개발자가 그런 자리에 오른 순간, 그는 수십, 수백 명의 생계를 무게로 느끼게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밑에 사람이 많을수록 모험을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이 회사의 행보가 더 눈에 띄었다. 이들은 2016년, 양궁 게임을 내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고 2017년엔 하드코어한 패키지 게임을 내놨다. 얼마 전에는 VR 액션 게임도 하나 냈다. <테라>로 게임 시장에 데뷔한, 하지만 이제는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더 유명한 ‘블루홀’의 이야기다.

블루홀 김정훈 경영 이사 (블루홀 피닉스 공동 대표)
블루홀 김정훈 경영 이사 (블루홀 피닉스 공동 대표)

 

#장르의 인기, 시장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더라

블루홀은 (파트너사 포함) 딸린 식구만 500여 명에 이르는 대형 개발사다. 반면 블루홀의 주력 매출원은 PC MMORPG인 <테라> 하나뿐. 지금이야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결코 여유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김정훈 이사와 만나 처음 물어본 질문은 정해져 있었다.

양궁, 배틀로얄, VR 액션.
블루홀은 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게임을 승인하고 또 냈대요?

김정훈 이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글쎄요. 첫 단추를 그렇게 꿰서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블루홀의 데뷔작 <테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희귀한 논타겟팅 MMORPG라는 장르를 구현한 작품이다. 김정훈 이사는 그 시절을 답으로 이야기한 셈이다. 단, 김 이사의 답은 단순히 블루홀의 시작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테라>는 올해로 서비스 6년째를 맞이한 타이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가 변하는 게임시장에서 6년을 서비스했단 의미는 이미 ‘옛날’ 게임이 됐다는 의미다. 전성기만은 못하더라도 <테라>는 지금도 여전히 국내외에서 많은 열성 유저들을 가지고 있다. 출시 당시는 물론 지금도 희귀한 ‘논타겟팅 MMORPG’라는 위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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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6년 전과 지금은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블록버스터 PC 온라인 타이틀이 먹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불과 3~4년 전부터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로 바뀌었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규모는 무지막지하게 커졌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규모는 더 무지막지했다. 게임사들은 대박을 꿈꾸며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고, 심해진 경쟁은 장르의 고착화를 낳았다. 성공 공식도 굳어진 것 같았다.

이 와중에 피닉스 게임즈(現 블루홀 피닉스)가 모바일 볼링 게임 <볼링킹>으로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모바일 RPG나 영지경영 게임 같은 어느 지역의 대세 장르도 아니었고, 이런 게임들처럼 유료 모델이 코어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볼링킹>은 볼링이라는 희귀한(?) 장르 속에서 1위 게임이 되었고 글로벌 다운로드 5천 만을 돌파했다. 출시 2년을 넘긴 올해에도 신규 등록 유저(NRU)가 200만명이나 됐다. 얼마 뒤 출시된 <아처리킹>도 비슷한 과정을 밟으며 글로벌 다운로드 3,000만을 기록했다. 김정훈 이사는 이런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답했다.

“성공이라는 것이 뭘까요? 가장 큰 시장, 가장 잘 나가는 장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 <테라>나 <볼링킹> 등을 보니 아니더군요. 장르의 인기, 시장의 크기는 상관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장르, 그 시장에서 가장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느냐였죠. 글로벌이라면 틈새 시장이라고 해도 틈새가 아니니까요. 좋은 게임이면 충분합니다.”

스포츠 게임으로 각각 글로벌 다운로드 5,000만, 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과
스포츠 게임으로 각각 글로벌 다운로드 5,000만, 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볼링킹>과 <아처리킹>

#이 게임은 실패해도 우리에게 어떤 걸 남길 수 있을까?

블루홀과 파트너사의 프로젝트는 일선 PD들이 제안해 경영회의에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승인 기준은 크게 3가지다. 하나, 이 프로젝트의 시장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느냐. 둘, 그래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잘 만들 수 있느냐. 이는 평범한(?) 모바일게임에서부터 <프로젝트 W>같이 많은 돈이 필요한 PC MMORPG 프로젝트까지, 블루홀과 파트너사 프로젝트 대부분에 해당된다.

실제로 최근 화제인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경영 회의 참가자 상당수는 배틀로얄과 같은 장르는 물론, 스팀 얼리액세스 같은 제도까지도 발안자인 김창한 PD에 의해 알게 되었다. 김 PD는 이후에도 이 프로젝트를 승인 받기 위해 약 4개월에 걸쳐 스스로 공부하며 계속 경영회의에 부딪혔다.

“한국에선 생소한 시장이고 장르였지만, 분명 시장이 있었고 김창한 PD도 경영진을 설득시키기 위해 정말 오랫동안 많은 것을 준비했죠. 이 방식의 창시자인 ‘브랜든 그린’을 이메일로 영입할 정도로요. 김창한 PD의 확신과 노력 덕에 프로젝트가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김창한 PD와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다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브랜든 그린'. 브랜든 그린은 현재 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김창한 PD와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다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브랜든 그린’. 브랜든 그린은 현재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경영진이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적지 않은 이들이 게임의 성공을 의심했다. 그럼에도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통과된 이유는 3번째 승인 기준 때문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실패해도 우리에게 어떤 것을 남길 수 있는가’

“누구도 성공을 100% 예측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걸 해서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처럼 PD의 열정 때문에 무엇인가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을 하기도 하고, <발키리 블레이드 VR>처럼 수익이 아니라 순수하게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만든 무료 VR 게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거기서 어떤 것을 얻느냐니까요.”

김정훈 이사는 이런 기준을 이야기하며 프로젝트 승인이 아니라, 프로젝트 뒤에 있을 노하우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블루홀의 경우, 매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블루홀 개발자 컨퍼런스’나, 매달 자유 강연 방식으로 하는 ‘블루홀 라이브 토크’ 등 개발자 간 노하우 공유 행사를 활발하게 여는 편이다. 실패가 어떻게 성공으로 바뀔 지 모르기 때문이다.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김창한 PD는 스스로를 17년 간 실패만 한 개발자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젠 아무도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죠. 그 실패가 쌓여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 냈으니까요.”

블루홀의 꿈은 앞으로도 무작정 대세를 쫓기 보단, 작은 시장에서라도, 적은 유저들에게라도 1위로 기록될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개발 과정을 지켜봤던 입장에서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정말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개발자의 뚝심도 놀랍고, 그 뚝심이 트위치와 같은 인터넷 방송과 결합돼 만든 결과도 정말 멋있죠. 저희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게임이, 개발자의 열정과 팬들의 사랑, 인터넷 방송과 결합돼 새 시장을 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우리 게임이 있는 것이 목표고요.”

최근 스팀에서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최근 스팀에서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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