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토큰, 도대체 왜, 누가, 어떻게 이끄는가

 
 

2020년이 ‘주식의 해’였다면 2021년의 핵심 트렌드는 ‘NFT’를 꼽을 수 있다. 2022년에도 이 NFT라는 열풍은 웹 3.0이라는 거대한 키워드 속에 함께할 것으로 전망된다. Non-Fungible Token인 ‘대체 불가능 토큰’이 도대체 뭐길래 이토록 난리일까.

NFT를 여섯 글자로 아주 짧게 정의하자면, ‘디지털 인증서’라 할 수 있다. 열글자로 하면, ‘암호화된 디지털 인증서’다.

설명을 좀 더 보태자면,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이를 거래하는 일종의 전자화폐다. 디지털이지만 일련번호가 있어 개인 소유와 판매가 거래소에 의해 인정된다.

NFT란 키워드는 미술, 영상, 음악 같은 분야에서 급부상했다. 복제품이나 유사품, 표절 등이 판치기 쉬운 문화 예술 분야에서 디지털 창작물이나 자산 등에 암호화 기술을 입혀, 고유한 표식을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유권에 대한 인증서를 디지털로 남김으로써, 진품명품에 출연하지 않아도(?) 정품 인증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평가하며 구매 또는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NFT는 올해 3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 첫 5000일’ 이란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6930만 달러에 팔리면서 불을 지폈다.(785억 원짜리 JPG 파일 한 장 보고 계십니다)

이처럼 창작자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디지털 작품이 NFT로 거래될 때마다, 처음 제작자에게 수수료가 가도록 설정함으로써 수익 창출을 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통념을 깨부수면서 창작자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도록 해 준 셈이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6월, 글로벌 뉴스 채널인 CNN과 폭스 뉴스가 NFT에 뛰어들었다.

CNN은 NFTs상품의 이름도 만들었다. 볼트 바이 CNN(Vault by CNN),  ‘CNN의 금고’라는 뜻이다. 40여 년 간 취재했던 단독 영상과 역사적인 현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NFT로 탄생시킨 것이다. CNN은 NFT를 디지털 수집품 형태로 만들어 6월 말부터 6주간 공개해 대중들에게 판매했다. 이 토큰의 소유자는 ‘볼트(금고)’ 안에 있는 사용자 페이지에 자신이 소유한 순간을 표시할 수 있다.

CNN은 “지금까지 이런 역사적 순간(these moments)의 기록을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사용자들은 볼트에서 온라인 자료 화면이나 다큐멘터리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지면이나 잡지 등 물리적 형태로는 소유하거나 전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폭스는 자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NFT 콘텐츠와 경험들을 만드는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Blockchain Creative Labs) 조직을 신설했다. 이 사업부에 1억 달러를 투자해 펀드도 조성했다. 크리에이트브 랩은 회사 방송 프로그램 IP와 자산 등을 중심으로 NFT를 만들어 팔고 디지털 상품들을 조합해 새로운 NFT 구성에 나섰다.

블록체인 랩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코미디 장르 애니메이션 ‘크라포 폴리스(Krapopolis)’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내년에 방송될 예정이다.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팀은 콘텐츠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아트, 단품 동영상 등의 디지털 경험(토큰) 팬들에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NFT는 이처럼 디지털로 중계되거나 복제된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들고 그에 따른 ‘보상’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아티스트와 작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기업까지도 NFT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소셜미디어의 구루’ 개리 바이너척의 NFT 승부수

 

미국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미디어의 개척자로 꼽히는 게리 바이너척(Gary Vaynerchuk) CEO는 NFT를 넥스트 소셜 미디어로 꼽았다.

2000년대 초반 와인 매장을 운영하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그는, 유튜브에서 와인 웹캐스트를 진행해 연간 300만 달러였던 비즈니스를 6000만 달러로 성장시키며 소셜미디어계 거물로 탄생했다. 트위터 팔로어 232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902만 명의 팬심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손대는 비즈니스마다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현재 디지털 에이전시인 바이너 미디어(VaynerMedia)와 커뮤니케이션 기업 바이너 엑스(VaynerX)를 이끄는 바이너척 회장은 “20년 내로 NFT는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나는 그 일부가 되는 기초를 쌓고 싶다”라며 NFT를 넥스트빅씽으로 꼽았다. 이어 “지적 재산 소유권의 가장 큰 시대가 될 것”이라며 “20년 내로 NFT가 우리 사회의 일부가 아닌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다”라고 전했다.

 

 

 

 

최근 바이너척 회장은 VeeFriends 라는 NFT 프로젝트도 론칭했다. VeeFriends는 그가 직접 만든 NFT 캐릭터 토큰 컬렉션이다. 그는 “NFT를 더 잘 이해하고 의미 있는 지적 재산을 창출하는 동시에 그 일부가 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월드와이드 웹(www)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도 최초의 웹브라우저를 작동시킨 소스 코드를 NFT로 발행하고 판매에 나섰다.

 

 

美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NFT 잇따라 ‘진출’

 

미국 할리우드도 NFT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바이어컴 CBS(ViacomCBS)는 NFT 회사 ‘리커(Recur)’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자사의 영화, 드라마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NFT를 생산하고 기념품 판매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바이어컴 CBS는 ‘스타트렉(Star Trek)’과 ‘스펀지밥(Spongebob)’으로 유명한 제작사로, CBS뿐만 아니라 파라마운트(Paraomount) 영화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1912년에 설립된 파라마운트는 할리우드에서 5번째로 오래된 메이저 영화사로 대부, 스타트렉, 타이타닉, 미션 인파서블 등에 이르는 다양한 영화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바이어컴 CBS는 파라마운트 픽처스, 니켈로디언, 코미디 센트럴, 쇼타임, BET 등의 채널에서 만들어진 각종 디지털 NFT를 거래할 수 있도록 내년 초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할리우드 중소 영화 스튜디오인 라이언스케이트(Lionsgate)도 다른 NFT 플랫폼 ‘오포 그래프(Autograph)’와 제품 출시를 위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존 윅(John Wick)’과, ‘매드맨(Mad Men)’ 등의 영화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 라이브 네이션 엔터테인먼트(Live Nation Entertainment), WWE, 미식축구 스타 톰 브래디(Tom Brady),등도 NFT에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스포츠 리그와 스타들도 NFT 열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NFT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세계 최대 미디어, 콘텐츠, IT 전시회인 CES도 주요 주제로 채택했다.

1월 5일~8일 진행된 CES2022의 새로운 트랙은 NFT와 ICOs, 블록체인 기반 기술과 비즈니스를 다뤘다. NFT 콘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 동향, 암호화폐 경제, 붕괴되는 예술품 경매 시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명품도 뛰어드는 NFT

 

명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는 지난 9월 30일 UNXD(디지털 럭셔리 마켓플레이스)에서 디지털 ‘콜레지오네 제네시(Collezione Genesi)’ 컬렉션을 전시하고 경매했다.

 

 

출처=UNXD

 

 

이날 판매된 컬렉션은 총 9개로, 금액만 무려 57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컬렉션 중 7개의 블루 사파이어와 142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도지 왕관(Doge Crown)이 가장 높은 가격인 423.50 이더리움에 거래됐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2030년까지 NFT 시장 규모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이 중 560억 달러는 럭셔리 시장에서 수익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럭셔리 기업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방대한 지적재산(IP)을 수익화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럭셔리 브랜드가 2030년까지 전체 시장 중 10%를 NFT로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 수집품에 대한 수요가 디지털 럭셔리 제품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돌체 앤 가바나뿐만 아니라 다른 명품 기업도 NFT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구찌와 버버리도 메타버스에서 상품을 팔고 있다.

 

 

NFT, 혁신과 사기 사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다만 NFT가 이렇게 화제가 될수록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NFT 열풍을 사기에 악용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불법 복제 파일을 NFT로 거래하는 사기행각이 잇따르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사기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기로 어렵다는 점이다.

더버지(The Verge)의 지난해 8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수집가가 거리 아티스트 밴 스키(Banksy)를 사칭해 허위 매물을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작품이라며 가짜 NFT를 만들어 약 30만 달러(3500만 원)에 판매했다.

이처럼 허위 매물로 피해를 입더라도 NFT와 관련한 규제 등의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다. 돈을 잃어도 보호받기 어렵다. ‘신중한 투자’는 어떤 열풍에도 필요한 덕목이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