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에디터 규리네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 과거에 한 때 유행했던 것들이 재조명 받고 다시금 유행하고는 한다. 이것은 게임도 마찬가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들이 리메이크되고, 모바일용으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어렸을 적 했던 게임들을 추억하며 이에 관한 이야기로 타인과 공감하고 함께 즐기기도 한다.

가정에도 들일 수 있는 오락실 게임기의 판매량이 상승 중에 있다. 가격 40~50만원대.
가정에도 들일 수 있는 오락실 게임기의 판매량이 상승 중에 있다. 가격 40~50만원대.

일반적으로 사람은 과거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종의 자기보호기제 덕분인데, 한 예로 우울증 환자는 부정적인 과거만 회상하고, 같은 기억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정신적 건강을 위해선 적당한 심리적 왜곡이 필요한데, 그래서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과거는 긍정적인 것만 추억하게 된다.

아울러 상태 의존 학습 덕분에 무언가를 기억할 때 어떠한 상황이나 사실뿐만 아니라 감정 등도 함께 기억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렸을 적 일들을 회상하면 자연스레 긍정적인 정서에 물들게 된다. 이같은 효과 덕분에 만약 어딘가로 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면 과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게 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있는데, 이는 기분 좋은 보상을 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였다. 실제로 과거를 떠올릴 때 뇌를 촬영한 결과, 돈을 벌거나 지위가 높아질 때 느끼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즉,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따뜻함, 안락함,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그 때문에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힐링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추억의 효과는 마케팅의 한 요소로 사용되는데, 게임계에 도는 복고풍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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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도 구현된 옛 게임들

과거의 것들이 다시금 유행하는 건 사회적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사회가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사람들의 안전 추구 성향이 강해지는데, 이는 추억으로 회귀하면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성향 때문이다. 이처럼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자 하는 심리가 복고 트렌드를 유행시키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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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은 과거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때 그 시절이 좋았지.’ 라고.

여기에 덧붙여 2,30년 전의 어릴 적 향수를 갖고 있는 세대가 경제 활동을 통해 구매력을 갖춘 연령층이 되었다는 것도 복고 바람의 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복고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중간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기성세대에서 인기를 얻는 복고 제품은 신세대들에게는 신제품이 되는데, 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세대간 교량 역할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복고는 단기간에 적은 투자로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는데 드는 광고와 마케팅 비용은 약 2백억 원이라 하는데, 안타까운 사연으로 사라지게 된 옛날 제품의 경우 사람들의 신뢰를 이미 검증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억, 복고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인간은 변화를 싫어하며 현재의 모습,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심리가 내면에 깔려있다. 이러한 현상유지편향은 손실 회피와 소유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는 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게 되는데 이때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 사람은 현재 상황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괜히 그런 짓을 하는 바람에 안봐도 됐을 피해를 봤잖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누구나 싫어할 것이다)

때문에 사람은 늘 하던대로 하려고 한다. 늘 다니던 식당에 가고 곧잘 시키는 메뉴를 주문하며 어릴때부터 먹던 과자를 먹고 예전부터 쓰던 화장품을 쓰게 된다.

물론 언제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그런 모험에는 괜한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위험이 항상 뒤따르기 때문에 선뜻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며 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고착되고,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적이 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마냥 부정적이란 말은 아니다. 평소엔 안하던 짓을 하다가 사고난 일, 직접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본 적이 있거나. 익숙지 않은 것을 하게 되면 예측가능범위가 좁아지고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보수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세상엔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함께 있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거다)

게임도 언젠간 질리기 마련이다. 쾌락적응이라고,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라도 오래하다보면 흥미를 잃게 된다. 이때 뭔가 대신 할만한 걸 찾게 되는데, 세상에 그렇게 수 많은 게임들이 있음에도 결국 옛날에 했던 게임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현상유지편향 덕분이다.

이 같은 현상유지편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어린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어렸을 적 먹던 것, 어렸을 적 했던 것, 어릴 때부터 보았던 제품들을 커서도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이 아이들이 커서 부모가 되면, 다시 그들의 아이들에게 해당 브랜드를 물려주기 때문에 (예를 들어 수 많은 과자 중에 내가 먹는 과자는 한정되어 있으며, 내가 먹는 과자는 나의 아이도 결국 같이 먹게 된다) 기업들은 어린이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와 평생에 걸친 관계를 맺고자 한다.

때문에 게임회사 입장에서 보면 해당 게임이나 브랜드가 일찍부터 노출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그렇다고 연령제한 이하의 청소년들이 해당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실제로 장수하는 게임들을 보면 이용객들의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설령 게임을 접었다 하더라도 언젠가 여가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찾게 될 때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전히 잠재적 고객으로 남는다.

여기까지 게임과 추억에 관한 심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말한바대로, 때때로 지금 처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면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에 했던 게임을 하거나 옛 만화를 보거나 어릴적 먹던 간식을 먹거나. 추억은 당신에게 안락한 쉼터를 제공하는 자가치유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를 향한 힘을 얻기 위한 것임을 잊지말자. 언제까지고 과거에 머물러서 변화를 두려워하다간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란 파도에 휩쓸려 도태되기 십상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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