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곳도, 배울 곳도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구직시장이 침체되어 간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 구직시장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17년도부터 대기업 채용 트렌드가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변화하면서 구직시장 전체 T/O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코로나19 까지 겹치면서 이젠 그 작아진 공채조차 미뤄지거나 취소되고 있다.

 

 

 

경력직이라고 괜찮을까? 전혀 아니다. 대기업들 조차 영업이익이 갈려나가고 있는데, 사업 확장은커녕 기존 직원도 내보내야 할 판이니까. 항공업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 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이유는 항공사 재직 중인 분들의 이력서가 최근 2주 사이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서 10년 근속하신 분이 본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IT 스타트업에 이력서를 넣을 정도라니… 직무적합성을 떠나 그분이 어떤 심경으로 ‘제출’ 버튼을 눌렀을지 상상하면 마음이 쓰리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틸 직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이제 막 구직시장에 진입하는 대학생/취준생들은 뭐… 답이 없다. 지금 상황에 신입을 채용해서 우쭈쭈 신입사원 연수도 보내주고 일 잘하고 친절하고 성격 좋은 ‘멘토’가 직접 온보딩까지 도와주는 기업이 있을까?

 

 

있긴 있다. 근데 ‘문과생 ‘안 뽑는다.

 

있긴 있다. SKT, 라인플러스 같이 잘 나가는 극소수의 대기업들. 어? 근데 뽑는 직무를 잘 살펴보면, 평범한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SKT의 경우, ‘AI서비스 기획자’, ‘5G 무선망 기술 개발자’ 처럼 단어부터 어려운 자리밖에 없다. 문과생에게 친숙한 경영지원/인사/총무/구매/영업/마케팅 이런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나마 AI서비스 기획자 자소서 작성자 수가 높은 이유는, 그나마 ‘문과’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라인플러스는 심지어 ‘SW 개발자’ 공채를 한다. 개.발.자.만. 뽑는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이 문/이과 가리지 않고 코딩 공부를 하나보다. 그래. 이 시국에 HR이 하고 싶다고, 마케팅이 하고 싶다고, 우직하게 한 길만 파는 것보다는 기술을 섞어주는 게 똑똑한 판단이긴 하다.
데이터를 다루는 통계학이나 알고리즘을 배워서 HR에 적용하면, 그게 바로 ‘HR Analytics’가 되는 거고, 마케팅에 적용하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되는 거다. 둘 다 요즘 핫하고 인재 찾기 어려운 분야다.

문제는 이런 핫한 직무는 신입을 뽑지 않는다. HR Analytics 하려면 대략 경력 5년, 퍼포먼스 마케팅은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어도 경력 2년을 요구한다. 패스트캠퍼스에서 배웠든 코세라로 배웠든 마찬가지다. 이론과 실무의 갭이 크기 때문에 경력직을 찾는 거다.

 

 

 

그래서 난 취준생들이 불쌍하다. ‘똑똑한 신입’의 잠재력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취준생이던 시절에 직장인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신입은 태도랑 인성이 제일 중요해. 신입이 일을 해보면 얼마나 해봤겠냐.”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회생활 몇 년 해보니 슬슬 이해가 된다.
나는 똑똑한 신입을 잘 가르치면 애매한 2~3년차 경력직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적극적인 태도/인성은 물론, 기업 관점에선 인건비도 경력직보다 낮다. 물론, 이건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날 때만 가능하다. 일 잘하는 사람한테 아낌없이 교육받아야 하고 신입도 노하우를 쑥쑥 받아들여야 한다.


맞다. 이상적인 얘기다. 근데 요즘처럼 똑똑한 신입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저 친구들 중에 똘똘한 1~2명만 잘 뽑아서 함께 일할 만한 동료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하기 때문에 신입을 뽑을 기회가 없는 게 아쉽다. 인사담당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경제에 활기가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취준생들은 ‘각자도생’ 해야 한다. 각자도생, 적자생존, 약육강식, 무한경쟁 등 뭐 같은 표현 다 들고 와도 괜찮다. 신입 공채는커녕 알바 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아직 커리어가 결정되지 않았고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개발이나 데이터 다루는 법을 조금이라도 배워보길 추천한다.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마케팅이나 광고가 하고 싶다면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 브런치나 유튜브를 해봐도 좋다. 창의성이 필요한 직무는 자기 콘텐츠가 없으면 설자리가 없다.

 


아! 깜빡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건강이다. 건강부터하고 나서 생각해도 된다. 우리 모두 잘 버텨보자.

 

 

 

 

해당 글은 유재호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